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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내 만화산업의 저작권 보호 현황 및 문제점 작성일 2013-07-09

 

국내 만화산업의 저작권 보호 현황 및 문제점

 
2011.4 C STORY
조윤선(한나라당 국회위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
 
 
 
우리만화 100년의 부침
 우리 만화 역사가 100년을 조금 넘겼다. 그 동안 만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만화는 만화방에서 빌려 보는 것으로만 알았다. 만화잡지가 나오고, 만화의 내용과 형식이 발전하면서 여러 권 되는 만화 한질을 사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만화가 만화영화, 게임, 영화, 드라마로 거듭나면서 대박을 내는 성공사례도 보았다. 만화가 오락을 넘어 공부를 돕는 학습만화 시장이 커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 겉모습으로만 보면, 만화와 만화산업은 괄목상대할 정도의 성장을 이뤘어야 했다. 하지만, 만화가 진화할 때마다 만화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양식도 진화되어 만화는 한 세기동안 자라왔음에도 아직 자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 만화가 처한 상황은 예전의 아날로그 시절보다 더욱 취약한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지적 창작물이 그렇듯이, 저작권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저작권의 보호 없이 저작물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창작물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부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 산고 끝에 탄생한 저작물에 마땅한 보호가 따르지 않는다면, 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창작물을 위해 그 많은 투자를 하겠는가. 우리는 1년에 4천명의 만화가를 배출한다. 4천명의 만화가가 내놓는 작품들 중, 각축의 경연을 통과하여 소비자들에게 선택된 양질의 만화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창작이 이어지고, 더 나은 창작을 위한 투자가 뒤따를 수 있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달리한 만화 저작물의 수난
 보호해야 할 우리의 저작물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은 머리에서나 수용되는 표어였다. 저작권 침해도 도둑질과 마찬가지의 범죄니 남의 나라 것, 우리나라 것 상관없이 보호해야 된다는 논리는 머리로는 맞지만 가슴으로는 왠지 아니었다. 그 시절, 시내 중심가 대로변에서도 버젓이 불법복제 테이프나 비디오테이프 노점상이 성시를 이룬 적이 있었다. 속칭 ‘길보드 차트’라 이른 리어카 노점상의 음반복제 테이프, 불법복제 비디오와 함께 해외 만화 해적판도 넘쳐났었다. 80년대 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던 도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은 일본에서 조차 단행본이 출간되지 않은 시점에서 잡지 연재분 몇 회를 모은 불법복제 만화가 한국에서 유통될 정도였다.
 
 90년대 들어 특성상 해적판 유통이 어려운 코믹스 만화잡지의 인기가 높아지고, 만화 단행본이 붐을 일으키면서 만화 판매시장도 한때 활성화되었다. 모 주간 만화잡지는 회당 30만부가 넘는 발행부수를 기록하기도 했고 인기있는 국내 만화작가의 단행본도 권당 10만부를 파는 경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만화시장은 특이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만화대여점. 1990년 후반 만화대여점이 크게 늘어나면서 만화 단행본의 판매부수는 급감했다. 전성기의 10분의 1에서 심지어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국내 출판만화산업의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만화를 빌려서 보게 되면 원작자인 만화가에게는 수익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재산권 피해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만화계에서는 정부와 대여점 업계 등과 함께 원작자에게 일부 수익을 돌려주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었으나 대여점이 워낙 영세한 상황이라 그마저도 끝내 실현되지는 못했다.
 
 당시 한 인기만화가는 독자로부터 "선생님 만화 너무너무 좋아해서 대여점에서 10번 넘게 빌려 봤어요."라는 편지를 받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10번 넘게 빌리는 가격이면 한권을 살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작가에게는 인세 수입이 돌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저작물 유통과 침해의 양날의 칼
 2000년대 들어서 대여점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만화계는 판매시장이 늘어난다는 가능성에 고무되기도 전에 인터넷을 통한 불법 스캔만화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번지는 초고속 통신망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초고속으로 저작권이 침해되는 온라인 불법천지가 확산되었던 것이다. 당시 경찰에 단속된 한 중학생이 보유한 불법만화 권수가 5만권에 달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불법 스캔 만화의 범람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만화계에서는 2003년경 문화부의 지원을 얻어 한국만화출판협회,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만화저작권 보호협의회’를 만들어 저작권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감시 활동을 시작했다.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는 2008년부터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에 국산만화에 대한 온라인상의 불법유통 감시 등을 위탁해 오고 있다.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의 운영은 주로 한국만화출판협회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저작권보호센터를 통해 온라인상의 만화 저작권 침해사례를 신고받아 처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9년 여름. 만화가들은 P2P사이트와 포털사이트의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한 소송의 기초 자료로 쓰기 위해 저작권보호센터에 만화 저작권 침해사례 자료를 요청했다. 저작권보호센터에서는 위탁권자인 한국만화출판협회의 동의 없이는 자료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한국만화출판협회에서는 저작권보호센터에 알아보라는 식의 핑퐁게임으로 만화가들의 분통을 터뜨린 사건까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받은 자료는, 제대로 관리되는 우리 만화작품이 고작 일 년에 몇 백권에 불과해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만화출판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학습만화, 웹툰 등은 아예 감시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만화 저작권 보호에 전념할 기구가 필요한 이유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음악 등의 콘텐츠는 1년에 제작되는 편수가 적다. 영화의 경우 2009년도에 138편이 제작되었지만 만화는 1만종에 이른다. 단순 산술로도 72배나 차이가 난다. 그러니 수적으로 이렇게 많은 만화 작품을 현재의 저작권보호센터의 인력으로 제대로 보호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제작비도 더 들이고, 제작규모도 큰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보호보다 늘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에서 만화 저작권 보호를 위한 별도의 인력과 기구가 필요한 것이고, 이 때문에 ‘만화 저작권보호 센터’를 두고자 하는 만화 진흥법 입법을 만화가들이 염원하는 것이다. 보호해야 할 작품 목록을 만들고, 만화 원작자와 독자의 활발한 제보가 있어야 한다.
 
 만화는 만화 자체를 온라인상에서 불법유통하는 것 이외에도 무단으로 그 내용을 원용하여 2차 저작물을 만듦으로 새로운 형태의 저작권 침해대상이 되기도 한다.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단순 무단복제로 인한 침해보다 더욱 복잡한 법률해석문제를 수반한다. 과연 어느정도의 스토리를 도용해야만 침해인지, 어느 정도로 캐릭터가 유사해야 침해인지를 판단하는 경계는 늘 분명할 수가 없어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드라마‘태왕사신기’는 2005년 제작발표 당시부터 실제 방송되었던 2007년까지 김진 원작의 ‘바람의 나라’를 표절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실제 소송까지 이어졌었다. 설정과 시놉시스만 공개한 상태에서 표절시비가 일었으니 당연히 승소하기는 어려웠지만 이 사건은 만화작가들로 하여금 ‘일부도용과 몇 대목의 인용’으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 마지노선에 대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2차 저작물에 의한 만화 저작권의 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서는 만화계의 사정과 저작권 법률을 훤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가 일선에 있어야 한다. 바로 이점에 만화 저작권 보호에 전념할 수 있는 기구와 인력이 필요한 이유가 또 있는 것이다.
 
만화 저작권 보호의 또 다른 도전 - 불공정한 계약
 최근 영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갑작스런 죽음은 문화 예술계에 ‘예술인 복지’라는 큰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근로자일 수 없는 예술인들에게 억지로 근로자의 지위를 간주하여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렇게 단순 명료한 일만은 아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를 여러 개 영화사에 넘기고도 원고료를 받지 못한다. 영화사가 투자를 확보해서 돈을 구하기 전에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 불공정한 관행이 이런 비극을 불렀던 것이다. 최근 만화진흥법을 위해 열렸던 공청회 말미에 한 방청객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 만화잡지의 간판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만화가로서 생산해 낼 수 있는 최대한, 한 달에 두 번씩 두 편을 연재하는 경우 한달 수입이 백만원이라고 했다. 도저히 그 이상은 만들어 낼 수가 없다고.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지원하는 만화가에 대한 지원혜택을 모두 받았지만, 1년에 천만원 받은 게 고작이라고 했다. 자신의 작품이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16편용. 드라마가 되어 96억 짜리 작품이 되었음에도 정작 자신은 만화 원고료로 600만원을 받은 게 끝이라고 했다.
 
 만화가 생산해 낼 수 있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그럼에도 그 원작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만화의 현실이다. 조직화 되어 있지 않는 개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신인들은 대가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적더라도 일단 데뷔시켜줄수 있는 사이트에 만화를 올려 만화 지망생의 딱지를 떼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오랫 동안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자신을 옭매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절도 행위는 아니지만, 분명히 고쳐져야 하는 행태이다.
 
결론 - 만화 맞춤형 저작권 보호 시스템이 절실
 별다른 창업 절차가 없어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별다른 시설 투자 없이도 결과물을 낼 수 있고, 예상치 못했던 제2, 제3의 창작을 유발하여 막대한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 만화다. 기발함과 순발력, 감성과 지성으로 무장한 우리의 만화산업이 그 수준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지 않으면, 우리는 귀중한 산업의 한 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독특한 특성을 지닌 만화 저작물은 침해 유형을 파악하여 그 길목 길목
을 지키는 저작권 보호 시스템이 필요하다. 만화 맞춤형 저작권 보호가 절실하다.
 
※ 글의 내용은 저작권보호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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