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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4회 저작권 보호 리더스 포럼] 국내의 민간주도 및 정부주도 인증사업 분석 작성일 2015-08-28
첨부파일 첨부파일발제문2_국내의 민간주도 및 정부주도 인증사업 분석.pdf
<제4회 저작권 보호 리더스 포럼 발제 ②>
 
국내의 민간주도 및 정부주도 인증사업 분석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이웅희 교수
 
1. 들어가며
 
최근 한국의 경제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저가제품의 판매자들은 제품을 더 싸게 팔기위해 간혹 무리수를 두곤 한다. 예를 들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쓰지 말아야 할 재료를 쓰거나 소비자에게 제품 정보를 속이는 경우 등이 있다. 만약 점심값이 매우 싼 식당의 식재료가 사실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라면 어떻겠는가? 중고차 시장의 가격이 싼 자동차가 사실은 사고이력이 많은 문제차량이라면? 즉, 경제가 불황일수록 소비자는 저품질 제품을 구입하게 될 위험이 증대된다. 이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하에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려는 판매자들이 비윤리적 저제품 생산을 할 확률이 더 커진다. 시장이 이런 형태로 흘러가는 것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잘못이라고 느낄 것이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2. 인증사업의 유형
 
위와 같은 ‘시장실패’의 상황에서 우리는 공명정대한 누군가가 나타나서 어떤 판매자가 우수한지, 누가 더 정직한지를 정확히 “인증”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 주체는 크게 정부와 민간조직(기업 또는 협회)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 두 주체의 인증효과의 비교는 조금 뒤로 미루고, 우선 인증의 유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유형인 “품질인증”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소비자와 판매자간에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존재해,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써보기 전에 그 제품의 품질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경제학 교과서에 흔히 등장하는 중고차 시장이 가장 좋은 예일 것이다. 사람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구입할 때 똥차(흔히 Lemon이라 표현)를 비싼 가격에 사게 될 확률이 높기에 거래를 꺼리는 성향이 있다. 만약 정말 모든 사람이 시장을 이렇게 불신을 하게 된다면, 그래서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면, 좋은 차를 가진 판매자들은 절대로 제 가격으로 팔지 못하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 아예 들어오지 않게 된다. 대신 정말 똥차를 바가지 씌워 팔려는 사기꾼만 득시글거리게 될 것이다. 정보비대칭은 이런 시장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공명정대한 기관이 있어, 각 제품의 정확한 품질확인을 통해 정보비대칭을 해소해 준다면 시장의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제품품질에 대한 정보비대칭을 해소시키는 유형의 인증을 “품질인증”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두 번째 유형의 인증은 “윤리성 인증”으로, 제품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제품생산과정이나 기업의 윤리성을 인증해 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저탄소 제품을 인정해주는 “탄소성적표지” 제도이다. 물론 탄소성적표지가 붙은 제품이 더 품질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줄이는 “윤리적” 행동을 했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다. 품질인증과는 달리 윤리성 인증은 아직 사례가 많지 않다. 학술적으로도 품질인증에 대한 연구는 정보비대칭성의 연구와 함께 경제/경영분야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나, 윤리성 인증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림4 > 탄소성적표지
 
인증의 유형을 품질과 윤리성 구분으로 나누는 방법 이외에도 인증이 폐쇄형인지 개방형인지, 제품에 대한 인증인지 업체에 대한 인증인지, 그리고 인증평가 시 당락만 결정하는지 아니면 등급을 매기는지 (A, AA, AAA) 등의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품질인증과 윤리성인증의 구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인증을 추진하는 주체(즉, 정부 vs. 시장)를 선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3. 품질인증: 민간주도 vs. 정부주도
 
우선 주변에 흔한 품질인증 사례들 중, 민간주도와 정부주도의 모델과 각각의 특장점에 대해 비교해보자.
우선 대표적인 민간주도 품질인증의 사례로 맛집평가를 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식도락가들은 매년 자갓 서베이(Zagat Survey)와 미슐랭 가이드 (Michelin Guide)가 공표하는 맛집랭킹에 주목한다. 이 두 기업은 민간 기업이지만, 식도락분야에서 만큼은 정부수준의 권위와 신뢰도를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2003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미슐랭 가이드에 자신의 식당이 별3개에서 별2개로 강등되자 요리사가 비관하여 자살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내에도 자갓 서베이와 미슐랭 가이드를 본떠 ‘블루리본 서베이’라는 비슷한 인증모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나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신뢰도가 미흡하다. 최근에는 기업이 아닌 개인적인 식도락 파워블로거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블루리본 서베이 등의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그림2 > 자갓 서베이


<그림3 > 미슐랭 가이드
 

<그림 4> 블루리본 서베이
 
한편, 금융계에서는 신용평가기관들이 품질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외에는 Moody’s, S&P500, Fitch 등이 있고, 한국에는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의 삼두마차가 기업신용평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회사채, 어음을 발행할 시 발행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여 이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함으로서 기업의 리스크에 대한 정보비대칭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보비대칭성이 높은 교육계에도 사적 인증기관이 존재한다. 예로 세계적 경영학교육인증기관인 AACSB(Association to Advance Collegiate Schools of Business International)와 EQUIS(the European Quality Improvement System)를 모방해서 만든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은 한국 내 경영대학을 평가하여 인증(등급이 아닌 당락식) 해주는 일을 독점하고 있다. 물론 공대에도 유사한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있다. 이런 기관이 생기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이유는 학생들(또는 학부모들)이 교육의 질을 사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비대칭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 민간주도 품질인증 모델의 큰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겠다. 첫째, 전체적으로 이 모델은 시장자체의 인센티브에 의해 자발적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인증기관은 기업들에게는 홍보의 기회를, 소비자들에게는 품질정보를 제공하며 양쪽에 자연스런 참여, 즉 ‘인센티브’를 주게 된다. 둘째, 이런 시장인증모델에서 인증기관의 인증능력은 어떻게 검증받고 혁신되는가? 바로 “경쟁”에 의해서이다. 정부인증의 경우 인증기관이 하나이지만, 시장에서는 다수의 인증업체가 경쟁을 벌일 수 있다. 경쟁에 승리하기 위해 인증업체들은 더욱 정확한 품질판단에 힘쓸 것이고, 수수료율 또한 경쟁으로 낮아질 것이다. 만약 경쟁이 없고, 한 인증업체가 시장을 지배한다면(예: 한국의 경영교육인증), 독점의 폐해로 인해 차라리 정부주도의 인증시스템이 더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정부가 주도하는 품질인증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카테고리는 다시 1) 정부주도 고품질 추천인증과 2) 정부주도 저품질 방지인증(안전성 인증)이 있다.

첫 번째, 정부주도 고품질 추천인증은 몇 가지 예만 들어도 그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모범음식점 인증(식품위생법 47조에 의거, 각 구청에서 관장), 국가인증 우수쇼핑점(한국관광공사), 호텔등급(한국관광공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부분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맛집을 찾을 때 맛집 파워블로거나 블루리본 서베이 등을 참조하지 모범음식점 리스트를 검색하진 않는다. 또한 국내 호텔정보를 찾을 때에도 그 호텔의 성급 대신 TripAdvisor나 Hotels.com에서 네티즌들의 인기도나 자체별점을 참조한다 (사실 호텔의 경우, 가격이 그 호텔의 질을 “인증”한다). 쇼핑을 하는 경우에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물건을 찾지 우수쇼핑점 인증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유형인 정부주도 저품질 방지인증은 그 제도의 효용성이 훨씬 높다. 전기용품 안전인증, 고압가스 안전인증 등과 같이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부의 인증제도를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시민들은 안전에 불안한 제품들의 안전성을 정부가 인증해준다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인증이 고품질을 인증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주도 품질인증 모델을 정리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정부주도 고품질 추천인증은 민간기업의 인증에 비해 그 효율이 떨어진다고 보여 진다. 모범음식점과 블루리본 서베이(또는 파워블로거)의 비교가 각 모델의 특징을 잘 부각시켜준다고 생각한다. 둘째, 저품질 방지인증(안전성 인증)은 정부주도의 모델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 국민들의 기본적 안전욕구를 만족 시켜주기 때문이다. 반면, 안전성입증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모델의 구축은 어렵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이를 수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품질인증에서 정부는 저품질 방지(안전성 인증) 모델에 관여하는 것이 이상적으로 보인다.
 
 
4. 윤리성인증: 정부주도
 
마지막으로 윤리성인증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유형의 인증은 민간기업이 하는 경우는 드물고, 정부나 공공단체가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탄소성적표지,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 등이다. 이러한 인증들은 제품의 품질이나 기업의 신용도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가 얼마나 “올바르냐”라는 것을 인증해 준다. 따라서 제품의 품질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어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성 인증은 민간기업이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윤리성 인증의 목적은 정보비대칭의 해소가 아니다. 이 인증의 목표는 어떤 윤리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전파하여 국민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공익적인 것에 있다. 그 점 때문에 이 인증모델의 성공조건은 품질인증모델의 성공조건과는 매우 다름을 주의해야 한다. 인증대상기업들에게는 소위 “유니폼 효과”를 노려서, 인증마크를 받은 기업들이 유니폼 입은 경찰과 같이 스스로 윤리적 행동을 하게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윤리적 제품구매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하여 인증마크 있는 기업의 제품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제품품질과 가격으로만 소비를 결정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만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소비자들이 윤리적 제품을 일종의 차별화된 제품(높은 품질의 개념)으로 인식하여 소비를 늘리는 것인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사회적 차원의 캠페인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5. 맺으며
 
불법콘텐츠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인증제도는 기본적으로 윤리성 인증모델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대적인 홍보캠페인이 수반되어야 업체들도 참여인센티브가 있고, 소비자들의 의식변화도 일어난다. 민간모델이 아니고, 시장의 인센티브도 없기 때문에 인증주체(정부)가 인센티브를 조달하고, “창안”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업체들이 인증받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인센티브의 종류는 크게 금융지원(세금/금리/대출/보증), 홍보(캠페인), 사업지원(예: 정부사업참여 우선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사업의 취지와 잘 맞는 것은 인증마크와 인증기업에 대한 대국민 홍보일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수행한 결과, 홍보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물론 윤리성인증의 한계로 인해 품질인증모델에서의 인센티브는 없지만, 콘텐츠 제품의 특성상 “저작권자”가 주는 인센티브를 고려해 볼 수는 있다. 예를 들면, 정품제품 취급업소에 특별한 제품(브로마이드 등)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물론 조금 더 혁신적으로 생각하면 윤리성 모델에 품질모델(고품질 추천모델)까지 결부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인증하는데 좀 더 번거로워 진다. 윤리성 인증 외에 그 업소 전체의 능력(서비스정도, 인테리어의 우수성, 제품 찾기의 용이성, 매장청결도)까지 인증 대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려면 인증명도 바꿔야 한다. “윤리적 매장”, “정품매장”등의 인증명에서 “우수매장”과 같이 품질을 강조하는 인증명으로 바꿔야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업체들과 소비자 모두 이 인증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위험성도 존재한다.

다시 한 번 모범음식점의 사례를 살펴보자. 필자는 모범음식점 사례를 분석하면서 원래 이것이 음식물쓰레기 줄이는 캠페인과 같이 병행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모범음식점 선정기준에는 음식물쓰레기를 얼마나 줄였는지가 중요한 점수로 작용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윤리성인증모델”이다. 음식물쓰레기 줄이는 데에 기여한 식당이 모범음식점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음식 맛은 모범음식점 선정기준 전체점수의 7%만 차지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모범음식점을 그냥 정부가 선정한 맛집으로 생각한다. 윤리성 인증모델이 품질모델과 자연스레 결합된 것이다. 그 결과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흔히들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인증모델 선택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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