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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보호 기술의 현황과 전망 작성일 2013-07-16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보호 기술의 현황과 전망


2011.11 C STORY
김형중(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최근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은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더 잘 팔린다고 발표했다. 갈수록 전자책이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보도라고 볼 수 있다. 전자책은 고도의 검색기능을 제공한다. 단말에 100권 이상의 책을 저장할 수 있다. 책을 읽어주는 기능도 있다.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그런데 전자책에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책들이 즐비할 수 있다. 이때 어떻게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필자가 수업교재로 사용하는 도서들은 재미있게도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물론 종이책도 서점에서 판다. 예를 들어 Ross Anderson이 쓴 Security Engineering이나 David Easley와 Jon Kleinberg가 쓴 Networks, Crowds, and Markets 등이 그렇다. 그렇지만 필자는 종이책도 구입해서 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종이책을 사서 본다. 인터넷에 책을 통째로 다 올렸는데도 종이책은 종이책대로 팔린다. 콘텐츠는 아날로그이든 디지털이든 모두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지적재산이자 창작물이다. 그래서 창의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주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저작권은 아날로그 시대에 아날로그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정립되었다. 그런데 아날로그 시대에서 갑자기 디지털 시대로 이행하는 천이기가 너무 짧은데다 비즈니스 모델도 너무 급격히 변하면서 디지털 저작권 보호 측면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P2P 서비스
는 저작권 보호에 큰 타격을 주었고 스마트폰 출현은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기능은 향상되고 저장용량은 커지는데다 부피는 작아져 언제 어디서나 불법복제물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뼈아픈 실패로부터 값진 교훈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디지털경제(digital economy)
 산업혁명 이후 아날로그경제가 지배했으나 디지털혁명 이후에는 디지털경제가 주류에 진입했다. 디지털경제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개인의 아이디어, 노하우, 정보, 기술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직접 반영된다. 또한 디지털 재화와 서비스의 개발, 생산, 판매 및 제공에 디지털 기술이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디지털 재화란 거의 정보를 의미하므로 디지털 신호처리와 디지털 통신에 의해 생산되어 전송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전송이나 공유가 쉽기 때문에 저작권자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디지털경제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보편화이다. 가상공간에 수천, 수만의 사용자가 동시에 모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는 신속히 확산될 수 있다. 또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쉽다. 자기사진에도 태그를 달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Luis von Ahn이 만든 ESP 게임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의 영상에 태그를 달게 한다. 이런 현상을 통해 인간의 효과적인 활용방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 생산수단이 반드시 물리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새로운 발견이 되고 있다. 즉, 인간이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로는 값싼 노동력이 동원되어 게임 아이템을 모으는 일이나 CAPTCHA를 회피하는 일에 동원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기반계산(human-based computing)이라는 학문이 부상하고 있다. 이전에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기 위해 컴퓨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컴퓨터가 할 수 없는 또는 경쟁력이 낮은 분야에 인간의 능력을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아무튼 디지털경제의 핵심은 정보와 인간에게 있다. 그런데 정보라는 재화 즉, 정보재(information good)의 중요한 특성은 정보의 초기 생산단계에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일단 생산이 시작되면 추가적 생산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정보재를 생산하는데 많은 고정비용(fixed cost)이 드나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거의 0에 가깝다. 대작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수백억원이 든다고 해도, 일단 제작이 완료되고 나면 복사본을 만드는 데는 고
작 저장장치 비용 정도만 들 뿐이다.

 특히 정보재 생산에 드는 고정비용은 거의 전적으로 매몰비용(sunk cost)의 성격을 갖는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한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드는 대본료, 출연료 등 제작비 가운데 다시 회수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정보재 생산에 드는 한계비용은 그 절대적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계속 일정한 수준에 머문다. 다시 말해 생산수준과 무관하게 한계비용이 일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비용구조의 이런 특성 때문에 정보재는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며 자연적으로 독점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정보재의 특성상 여러 생산자가 완전히 동질적인 상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경쟁이 이루어질 수 도 없다. 방송사들이 동일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리메이크를 제외하면 동일한 영화는 없고, 그러므로 완전경쟁도 없으며, 그래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 비록 리메이크를 한다 해도 그것은 스토리 골격만 같을 뿐 영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독점시장에서는 생산자가 가격을 정하게 되는데 이때 정해지는 가격은 한계비용을 크게 웃돈다. 영화 한 편을 DVD에 복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천 원에 불과하나 시장에서 상품은 수 만원에 판매된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은 불법복제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게다가 저장장치의 가격은 낮아지고 용량은 커지므로 그 큰 용량을 비워두기가 아까워 뭔가를채우고 싶어 하는데 거기에 주로 불법복제물을 담을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copyrights)
 저작권을 포함하는 지적생산물은 공공재(public good)의 성격을 지닌다. 이런 재화나 서비스는 생산되면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공공재는 비배제적(nonexcludable)이고 비경합적(nonrivalry)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정의된다. 특정소비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면 배제성(excludability)이 있다고 한다. 내가 산 아이스크림은 당연히 내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아이스크림이 아니니 배제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기는 네 것, 내 것으로 구별할 수 없으므로 비배제적이다. 내가 쓰면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 몫이 줄어들 때 그 재화는 경합성(rivalness)이 있다고 말한다. 빵 한 조각이 있을 때 한 사람이 그 조각을 차지하면 다른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진다. 즉, 빵은 경합성이 있다.
 
 그런데 음악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도 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형태의 창작물에는 비경합성이 있다. 어떤 환경에서는 창작물도 배제성을 지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악보를 출판하지 않으면 배제성을 지닐 수 있다. 혼자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창작활동이나 출판은 위축된다. 창작물은 비경합성과 비재세성을 갖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독점을 허용해주는 것이 저작권법의 기본정신이다. 즉, 임시로 배제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배제성은 있지만 경합성이 없는 것을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이라고 부른다.
 
 저작권법의 근본적인 취지는 창작이라는 부분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해 모방으로부터 보호하고 일정기간 수익을 보장함으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창작이 가능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저작권법이 창작자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오히려 비효율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적재산은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는 창의성 촉진이라는 목표와 많은 사람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표를 적절히 만족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법률로 허용된 공정이용(fair use)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나리자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사진은 멀리 걸려있고 관객은 많아서 자세히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사람은 도록을 통해 그 그림을 수 없이 봤다. 그러니 사진을 찍도록 허용한다 한들 저작권을 침해할 일도 없다. 그 사진은 질이 낮아 쓸모도 없다. 단지 그 사진의 주인공에게만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인증용으로만 유효할 뿐이다. 그럼에도 거기가 사진 찍기의 명당으로 인식되어 점만 찍고 가기에 안성맞춤이어 관광산업에도 유리하고, 체류시간이 짧은 관람객을 많이 수용할 수 있어 박물관에도 도움이 된다.
 
 앞서 소개한 Security Engineering과 같은 책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음에도 책을 산다. 인터넷에서 책을 알게 되고 충성심이 강한 독자들은 마침내 종이책을 구매한다. 어차피 종이책만 인쇄해 팔아도 조만간 Google에 전자책으로 만들어져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저자는 안다. 물론 그 책의 저자는 저작권 보호에 비판적인 견해를 지닌 식자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저자들도 그런가? 그건 아니다. 일부 교수들은 인세를 바라보며 책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쓴 후 통째로 인터넷에 올리기를 원한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인세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더 중요한 인용되는 횟수도 올라가지 않는다. 교수에게는 인용되는 횟수가 더 중요하다. 인용이 자꾸 되다보면 당연히 책도 덩달아 팔리게 되고 그때 인세도 오르는 것이다.
 
 즉,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은 아날로그 시대의 저작권과 뭔가 다르다.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자마자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다보니 아직 적절한 모델이 만들어지기에는 격변기를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스마트 미디어 세상이 도래했는데 이런 환경에서 저작권 보호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나? 그게 앞으로의 숙제라 할 수 있다.
 
 
음악산업 실패의 교훈
 지금까지의 저작권 보호기술은 생산자의 실패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호하는 데 치중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아날로그 시대의 관성대로 아날로그 시대에나 적합했을 개념의 저작권호기술을 적용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레코딩 산업에서 보여준 실패 사례를 살펴보자. 1999년 Napster가 파일공유 사이트를 열었다. 2001년 iPod이라는 포터블 미디어 플레이어(PMP)가 출현했다. 이 PMP에는 CD가 장착되지 않았다. 그리고 2001년에는 Napster가 문을 닫았다.
 
 1998말 설립된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라는 포럼에서 표준 DRM 규격을 만들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 포럼에는 주요 음반, 가전, 컴퓨터, 보안, 인터넷서비스제공사(ISP) 등 200여 개 회사와 기관이 참여했다. 이 조직의 목표는‘새로운 디지털 음악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음악의 재생, 저장, 유통을 보호하는 기술 규격’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가전업계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해 2001년 문을 닫았다. 또한 강인하고 안전한 디지털 워터마크 표준화도 실패했다. ‘골든 이어(golden ear)'들이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정보를 은닉하는 데 실패했고 강인성도 낮았다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공급자의 논리가 시장을 지배했으나 정보사회에서는 수용자의 논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공급자의 설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새 제품을 출시할 경우 그런 보호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이전 제품이 불티나게 팔릴 수도 있다. 새로운 저작권 보호기술도 불완전하기 짝이 없었다.
 
 Harvard Business School의 Felix Oberholzer 교수와 University of North Carolina의 Koleman Strumpf 교수는 2004년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와 파일공유가 음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주요 레코드 회사의 내부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기 논문에서 음악 판매가 부진하게 된 것은 경기침체 등 음악 외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Michael Geist도 캐나다에서 CD 판매액이 줄어든 것은 수요가 일부 CD에서 DVD로 옮겨간 것, (인터넷이나 게임 즐기기, 휴대전화로 통화하기, 영화보기 등 때문에)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시간이 줄어든 것, 대형마트에서 CD가 판매되면서 가격도 9달러 대로 떨어진 것 등을 들었다. 최근 일본의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가 결산한 결과 2000년 이후 처음 반기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닌텐도의 판매부진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다양한 무료게임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이 휴대용 게임기를 대체하고 있는 데다,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게임하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즉, 스마트 미디어 환경이 도래하면서 소비자의 행동양식도 변하고 있는데 아날로그 시대의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캐나다에서 B. Anderson과 M.Frenz가 발표한 또 하나의 실증적 연구결과❺에 의하면 이 논문도 역시 파일공유와 P2P 사용자의 CD 구매 사이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밝혔다. 개인들이 음악을 구매하기 전 미리 들어보기 위해 또는 가게에서 구입할 수 없어 다운로드하는 것을 샘플링효과(sampling effect)라고 한다. 한편 음악을 사는 대신 그 다운로드하는 것을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라고 말한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P2P 파일공유가 음악 판매를 감소시키기보다 향상시킨다는 것과 영화나 공연 등 다른 형태의 오락을 위해 표를 구매하는 것이 음악 판매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는 것을 보였다. 이전 연구들은 오락이 음악을 대체하므로 음악 구매를 감소시킨다고 봤다. 다시 말해 P2P가 CD판매량 감소를 가져왔다는 보고는 훨씬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결과로 Stan Liebowitz 교수의 주장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음반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합법적인 온라인 음악구매, 불법적인 파일공유, CD가격의 하락, Wal-Mart나 Best Buy 등 대형유통업체가 전문음악시장을 차지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1월 Hal Varian은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예측결과를 발표했다. 강력한 DRM은 음악산업보다 시스템 업체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그 이유는 DRM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3대 기업이 Microsoft, Sony, 그리고 Apple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처음에는 콘텐츠 산업이 코웃음을 쳤다. 그렇지만 그해 연말 그의 예측대로 상황이 역전되었다. 음악 출판업계는 Apple이 온라인 음악판매로 번 수익의 너무 많은 부분을 가져간다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음악 메이저에서 플랫폼 납품업체로 힘의 균형이 이동하면서 음악산업에서의 힘도 메이저에서 인디업체로 옮겨졌다. 존재하지도 않는 위협과 싸우면서 레코드 산업은 컴퓨터 산업이 자신을 향해 사용할지도 모르는 무기를 만들게 해준 셈이라고 Ross Anderson이 지적했다.
 
 2007년 2월 Apple의 CEO인 Steve Jobs는 ‘음악에 대한 생각’이라는 공개된 편지를 Apple의 웹사이트에 올렸다. Apple은 음악에 DRM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의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DRM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결코 완벽하지 못할 것이다. 해커들은 언제든지 DRM을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둘째, DRM 규제는 합법적으로 음악을 사용하는 사람들만 힘들게 할 뿐이다. 불법사용자는 DRM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셋째, DRM의 제약은 불법적으로 만들었을 제약이 없는 음악을 모으도록 권장할 뿐이다. 넷째, 성공적이라고 판정된 모델에 따라 대부분의 음악은 DRM이 없는 CD로 팔리고 있다.
 
 EMI가 Steve Jobs의 노선을 따르기로 한 후 P2P 사이트의 트래픽 변화는 거의 차이가 없었고, iTunes에서 DRM 프리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P2P 사이트에서의 음악파일 업로더는 거의 겹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악산업은 SP, LP, MD, CD로 진화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다. 그러나 MP3 플레이어와 iPod의 출현으로 음악산업의 지경이 달라지고 있다. Hal Varian이 지적한 것처럼 힘은 플랫폼을 지닌 Apple에게 넘어갔고 음반산업을 이
끌던 메이저는 비틀대고 있다.
 
 
변화된 음악시장
음악시장은 점차 축소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감원이 이루어지면서 음악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인터넷 음악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어 세계적으로 음악산업의 25% 정도는 디지털 채널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IFPI가 밝히고 있다.2010년 들어 미국에서는 Wal-Mart나 Best Buy 등 대형유통회사가 음악만 파는 상점보다 더 매출을 올리고 있다. CD 판매에 의존하던 비즈니스 모델 대신 이로 인해 가수들은 라이브 공연이나 가수 관련 상품 판매에 더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미국에서는 360 딜(deal)이며 한국에서도 기획사가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 가수의 발굴, 훈련, 음반 출시, 판매, 홍보, 마케팅, 일정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계약대로 가수는 움직이게 된다. 한편 가수 혼자서도 좋은 음질의 곡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녹음장비의 질이 좋아졌고 싼 가격의 장비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많은 녹음 스튜디오가 문을 닫고, 프로듀서나 오디오 전문가들은 직장을 떠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파일공유나 다운로드 서비스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음반산업의 전성기는 CD의 출현과 함께 열렸다. 디지털 기술 기반의 CD는 높은 음질을 자랑하며 작은 용량의 매체에 저장할 수 있고, 손바닥 크기 정도의 재생기기가 만들어져 휴대도 가능하게 됐다. 음악을 언제든 어디서든 들을 수 있어 음반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일시적으로 엄청난 호황기를 맞은 셈이다. 한 때는 한국에서도 한 CD가 수백만 장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음반업계는 자만에 빠져 디지털 음악이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즉, 불법복제와 전송에 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물론 초창기에는 CD 라이터의 가격이 무척 비쌌기 때문에 그런 약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CD 라이터 가격이 대폭 낮아졌다. 게다가 인터넷 속도는 빨라지고 있었다. 지금은 무선인터넷도 LTE를 써 유선인터넷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전송속도를 자랑한다.
 
 CD가 출현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MPEG 오디오 표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준은 제정되었으나 한동안 잠자고 있었다. 그 표준을 이용해서 압축하면 매우 효율적이라는 데는 동의했으나 당시의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 그게 그리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소수 사람들에게만 알려졌다. MP3 플레이어가 출현해 64 kbps나 128 kbps로 압축하니 음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돌아다니면서 이어폰으로 즐기기에는 별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ADSL이 출현해서 고속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게다가 반도체 메모리 가격은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iPod이 출현한 이후 무한에 가까운 용량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광대한 저장공간을 채울 곡들이 충분하지 않았다. 마침 P2P가 출현했고 파일공유가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음악산업에 광풍이 분 것이다. 그래서 음악산업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을 인터넷에서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는 한류 열풍을 전파하는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2NE1, 빅뱅,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2PM, 원더걸스 등 국내 최고의 아이돌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소개돼 한류에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원더걸스의 Nobody는 무려 5천만 번 이상 조회되었다. 그렇다고 저작권과 관련해 누구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 어차피 주요 수익은 공연 등 다른 곳에서 거두기 때문에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이 중요한데 일부러 유튜브를 상대로 문제를 삼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오히려 유튜브와 협력해서 광고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잘못 설정된 목표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이행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시행착오를 통해 빨리 교훈을 찾고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어야 한다. 책은 친구에게 빌려줄 수도 있고 헌책이 되면 팔기도 하고 여러 번 복사도 할 수 있으며 찢어서 일부만 들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 디지털 음악에서는 그런 아날로그적 상황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CD에 담긴 음악을 한 번만 복사해야 한다고 했으나 (copy once), 너무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열 번까지 복사할 수 있게 (dubbing-10) 허용하자고 했다. 디지털에서는 새것과 헌것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여전히 그 차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구경제에서 모든 경제문제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 신경제에서는 풍요성이 가치를 좌우한다. P2P 사이트에 곡이 많아야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페이스북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그곳에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희소성이 무너지는 이유는 디지털경제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계비용이 0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것이 1997년 Kevin Kelly가 주장한 12개의 법칙 가운데하나인 풍요의 법칙(law of plentitude)이다.
 
 또한 Kelly는 미래에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관심을 활용해야 한다는 관대함의 법칙(law of generosity)도 제시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접근법이었을지 모르나 디지털경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이다. Google의 지도, Wikipedia의 백과사전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좋은 예이다. 개인의 위치정보도 공유되는 세상이다. 아이돌가수의 음악을 널리 공개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Apple의 DRM 프리 전략도 음악은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대신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 저작권자에게 보상해주는 모델이다.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 가운데 하나이다.
 
 음악시장에서 메이저가 전략을 수정할 기회는 많이 있었다. 방송도 음악시장의 전철을 따르고 있지 않은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많은 고정비용이 들지만 한계생산비용은 0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정비용을 줄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예를 들어 제품간접광고인 PPL(product placement)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품간접광고를 활용해 제작한 프로그램은 DRM프리를 선언해 소비자에게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무료이므로 더 널리 퍼질 것이고 널리 퍼질 수록 광고효과가 커질 수 있다. 이것이 바람직한 모델이 아니라면 당연히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달리 생각해보자. 방송화질을 높인다며 HD 기술을 개발했다. 이미 간사해진 우리 눈은 SD를 보면 열악한 화질에 짜증을 낸다. 그런데 간접광고를 막는다며 연예인 가슴의 상품로고를 어설프게 가려 화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HD로 이행한 취지에 어긋나며 그래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로고를 형식적으로 마지못해 가리기는 하지만 완전히 가리지도 않는다. 결국 시청자는 그 제품이 무엇인지 다알게 된다.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보다 떳떳이 제품간접광고를 하고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방송 품질을 높이고 무료로 콘텐츠를 공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Kevin Kelly의 의견이라며 Gerd Leonhard가 인용한‘복제될 수 없는 것, 흔하지 않은 것, 어디에나 있지 않은 것을 팔아야 한다’는 말에 아마도 정답의 일부가 들어있을지 모른다. Albert Einstein의 운전사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그의 운전기사는 Einstein의 강연을 하도 많이 들어 속속들이 암기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Einstein은 어느 날 기사에게 대신 강연을 시켰다. 가짜 Einstein의 강연이 성공리에 끝나 막 강단을 내려오려는데 한 교수가 답변하기 어
려운 질문을 던졌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진 운전기사는 기지를 발휘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 그 정도 질문이라면 제 운전기사도 충분히 답할 수 있습니다. 운전기사 양반, 이쪽으로 올라와 설명해보세요.’누구라도 Einstein 흉내를 낼 수 있지만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Einstein이 Einstein이기 때문이며, Einstein이 아니면 답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복제해도 복제되지 않는 것을 지키는 것, 그것이 반드시 지켜줘야 할 대상인지 모른다. 방송이 살 길도 그런 것을 먼저 찾는 것이다. 이후 기술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좋은 창작이 가능하도록 저작권은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어차피 명예와 권위를 존중하는 기업이나 기관은 무단복제를 할 수 없다. 그런 곳은 저작권료를 어김없이 낸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인 BBC나 KBS가 저작권료를 내지않고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방송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고정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그러자면 품질이 좋아야 한다. 세계 유수의 출판사가 발행하는 우수한 저널들은 세계 유수의 대학이나 국회 도서관에 자동으로 납품된다. 그러니 거기서 충분히 수익을 낼수 있다. 그 후 개인 소비자들에게서 추가로 수익을 얻으면 좋다. 그래서 필자는 책을 쓰되 페이지마다 광고를 넣어 인터넷에 무료로 올리라고 권한다. 굳이 저작권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저작물은 엄연히 저자가 있고 그 권리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지켜진다. 단지 저작물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적극적일 뿐이다.
 
 스마트 미디어 환경이 도래되면서 콘텐츠 생산자가 프로페셔널에서부터 아마추어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게다가 고학력사회가 되면서 아마추어라도 그 실력이 프로페셔널에 뒤지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인터넷은 정보의 보고가 되었고, 다양한 의견들과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전 세계의 전문가들과 언제라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한다.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저작하지 않는 저자도 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은 명성을 얻으면 따라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탈옥시켜 위험을 무릅쓰고 다양성을 즐기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저작물 생산이나 공유 체계가 크게 달라졌다. 그래서 이런 환경에 적합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과 저작권 보호에 대해 고려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 글의 내용은 저작권보호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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